350조의 유혹 — 한국을 둘러싼 러·미의 힘겨루기

러시아가 움직였다. 그것도 뜻밖의 방향으로.
푸틴이 한국에 던진 숫자는 무려 350조 원. 듣는 순간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의 금액이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의 현실을 보면, 그 제안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서방 제재는 목줄을 조이고 있다. 돈은 있어도 기술이 없고, 자원은 넘치지만 길이 막혔다. 그래서 푸틴은 눈을 북쪽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돌렸다.

그가 내민 제안의 핵심은 ‘북극항로와 극동 개발’. 러시아는 북극해를 뚫어 유럽까지 이어지는 신항로를 완성하려 한다. 기존 항로보다 15일 이상 짧고, 그만큼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 하나 — 혹한의 얼음을 깨며 항해할 수 있는 쇄빙 LNG선을 만들 기술이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이 이미 북극항로 전용 LNG선을 독점 공급 중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 기술 없이는 계획 자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극동 개발 구상은 훨씬 더 크다. 사할린과 캄차카, 북극권 일대에는 미개발 가스전과 유전이 널려 있지만, 발전소도, 항만도, 도로도 없다. 중국은 싸지만 품질이 불안하고, 일본은 품질은 뛰어나지만 너무 느리다. 반면 한국은 설계·시공·조선·발전·반도체·전력망까지 한 나라 안에서 완성할 수 있다. 품질과 속도, 둘 다 잡은 유일한 제조국. 푸틴이 선택지를 고를 필요가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 제안이 워싱턴을 자극했다. 트럼프가 “한국도 3,500억 달러를 내라”며 방위비를 압박하던 와중, 푸틴이 350조짜리 ‘초대형 거래’를 내밀었다. 그것도 현금 결제 의사까지 밝혔다. 미국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 중인 한국이 그와 손을 잡는 순간, 국제 질서의 균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참여한다면 10년치 조선·건설 수주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고, 북극항로 기술 주도권도 손에 넣게 된다. 하지만 서방 동맹과의 관계, 전쟁 리스크, 제재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다. 푸틴은 급하고, 미국은 예민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한국은 세계가 탐내는 유일한 ‘기술 카드’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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