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폭증의 그림자, 초음파가 부른 과잉진단의 시대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아 교수가 “건강검진을 무턱대고 받다 환자가 만들어지는 일이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정 개인에게 일괄적으로 “하지 마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본인은 과잉검사 위험 때문에 일반 건강검진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핵심은 ‘가짜 환자’의 양산이다. 김 교수는 가짜 환자를 세 부류로 설명했다.

첫째, 첨단 장비와 검사가 병을 만들어내는 경우다. 증상이 불분명한데도 자가면역 표지자 같은 혈액검사를 남발해 항핵항체(ANA) 등이 위양성으로 나오면 환자가 아닌 사람이 환자가 된다. 실제로 두통으로 대학병원을 찾은 40대 남성이 영상검사에서는 정상이었지만 ANA 양성 하나로 류마티스 질환 의심 판정을 받았고, 이후 추가검사 요구와 불안을 키웠다. 김 교수는 “검사는 의심이 충분할 때 해야 가치가 있다. 무작정 넓게 훑으면 알 필요 없는 이상만 늘어나고, 걱정과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했다.
둘째, 사회·환경이 병을 만든다. 29세 남성이 폭음과 배달음식, 수면 부족 속에 통풍 발작으로 내원했는데,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이 함께 발견됐다. “20대에 생길 이유가 없는 질환들이 과로와 불규칙한 생활환경 때문에 한꺼번에 터진다. 노동시간과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병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도 환경의 문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 데이터를 예로 들어 2012년 전후 청소년 자살·우울이 급증했고, 조기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뇌의 ‘불필요한 연결 가지치기(시냅스 프루닝)’ 과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견해를 전했다. “자극적 정보의 폭포수가 억제 기능을 흐트러뜨린다. 사회가 아이들에게 미래를 빼앗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셋째, 노화와 질병의 경계가 뒤섞여 불필요한 진료가 늘어나는 문제다. 나이가 들면 생기는 변화까지 병으로 규정하며 끝없는 검사와 치료로 끌려가는 사례가 많다는 것. 김 교수는 2000년대 초중반 급증했던 갑상선암 수술을 과잉진단 사례로 들었다. 건강검진 초음파가 작은 결절까지 찾아내 미세암까지 조직검사를 하고, 암 판정 뒤엔 거의 모두 수술로 이어졌다. 하지만 “발생은 폭증했는데 사망률과 전이율은 수십 년간 거의 변함이 없었다. 많은 종양이 평생 ‘조용히 함께 늙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PSA 도입 이후 전립선암, 그리고 유방암·신장암에서도 과잉진단 신호가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과잉진료로 돈을 벌자는 게 아니다.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의료의 속성이 ‘많이 찾을수록 좋은 것’으로 오인되기 쉽다는 경고다.”
한국 의료의 성적표도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우리나라는 치료가능사망률이 낮고 기대수명도 길어 치료 성과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OECD 최저 수준에 가깝다. 김 교수는 “의사를 많이 만날수록 병명이 많아지고, 그만큼 자신을 아프다고 느끼기 쉽다.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전 확인해야 할 원칙으로 그는 다음을 제시했다. 첫째, 증상·위험요인이 분명할 때 필요한 검사를 정밀하게 하라. 둘째, 위양성이 잦은 선별검사를 무더기로 넣지 말라. 셋째, 수면·업무 강도·식사·운동 같은 생활요인을 먼저 바로잡아라. 넷째, 노화 현상과 질병을 구분하라. 다섯째, 아이들과 청소년에게는 화면 노출과 자극의 양을 줄여 뇌 발달을 지켜라.

김 교수는 “최소한의 직장검진은 과태료 회피 차원에서 받더라도, 그 외의 검사는 ‘왜 지금 이 검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빨리·많이’가 건강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과잉검사의 유혹을 넘고, 사회·환경을 손보고, 노화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불필요한 환자를 만들지 않는 길이라는 메시지다. 병원에 가기 전, 스스로의 삶을 먼저 진단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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