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인수의 그림자…직원이 먼저 희생됐다

런던베이글 뮤지엄 이야기는 겉보기와 달랐다. 사람들이 줄을 서며 찾던 인기 브랜드였지만, 그 뒤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던 문제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직원 한 명이 과로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회사는 3호 펀드로부터 2천억 원대 인수를 받았는데, 잔금을 받으려면 성장성을 증명해야 하는 언아웃 계약이 걸려 있었다. 결국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인력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굳어졌고, 직원 노동 강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다.

사고가 터지고도 회사는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고 유족에게도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은 주 80시간 근무를 증명하는 자료들을 내놓으며 과로사가 맞다고 직접 입증했다. 이에 회사의 해명이 힘을 잃었고 여론은 순식간에 냉각됐다. 결국 회사는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다. 더 문제는 런던베이글의 산업재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최근 3년간 63건. 규모로 보면 재벌 계열 SPC보다 많은 수준이었다. 운영 체계가 허술하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후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급격히 추락했다.

런던베이글을 입점시킨 대형 유통 채널들도 불안해졌다. 더현대 서울, 스타필드 수원, 롯데 인천·잠실점은 모두 계약 해지를 검토 중이다. 브랜드 하나의 문제가 쇼핑몰 전체 이미지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조사에서 법 위반이 공식화되면 유통사들은 품질·이미지 저하 조항을 근거로 계약을 끊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펀드였다. 런던베이글 인수를 위해 만들어진 블라인드 펀드에는 여러 공공기관과 금융사가 들어 있다. 특히 산업재해 예방을 목표로 한 산재기금까지 포함돼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더 커졌다. 기업가치가 추락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까지 이어질 수 있고, 최대 100억 원 수준의 배상 문제도 거론된다.
결국 런던베이글이 겪는 위기는 단일 사건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과로와 관리 부실, 사고 은폐 의혹, 유통사 이탈 위험, 펀드 압박까지 모두 겹쳤다. 화려한 인기 뒤에 숨어 있던 구조가 무너졌고, 지금은 성공이라는 포장이 통하지 않는 지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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