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명동·용산, 어떤 순서로 사라지는지 시뮬레이션 해보니
서울시 한복판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는 가정은 터무니없는 상상처럼 느껴지지만,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준점을 서울시청으로 잡고, 히로시마급 원자폭탄이 폭발한다고 치자. 가장 안쪽의 검은 원은 말 그대로 즉사 구역이다. 눈에 보이는 건 순식간에 증발하고, 사람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수준까지 타들어간다. 건물 구조물은 남더라도 내부는 사실상 쓸어 담는 수준이 된다.
그 바깥을 둘러싼 붉은 열폭풍 구역에선 절반 가까운 인원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살아남은 사람도 심각한 화상과 장기 손상을 안게 된다. 광화문, 종로, 명동, 남대문 같은 도심 핵심 상권이 통째로 타들어가고, 유리창과 간판 파편이 폭풍을 타고 날아가며 2차 피해를 만든다. 지하철 역사와 지하상가에 있던 사람들도 충격파와 붕괴에 휩쓸린다.
그 바깥의 넓은 원은 “그래도 살았다”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구역이다. 용산, 이태원, 마포, 성동, 강북 일부까지 큰 반경 안에서 사람들은 실명, 고막 파열, 골절, 금속 파편 관통상 같은 중상을 입는다. 강북 주요 병원 대부분이 동시에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응급실이 아니라 응급의료 체계 자체가 날아간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나가고 싶어도 도로가 무너지고 불길이 막아 서면서 움직일 수 없다.
여기에 만약 메가톤급, 짜르봄바에 가까운 위력이라고 가정하면 지도가 아예 다른 그림이 된다. 서울 시청을 기준으로 남쪽으로는 수원·평택, 동쪽으로는 양평 근처까지, 북쪽으로는 의정부와 그 위까지 “사람이 산다”는 개념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범위가 형성된다. 수도권 전력망과 통신망은 한 번에 무너지고, 한강 다리는 상당수가 사용 불능 상태가 된다. 행정 기능, 금융, 언론이 모두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 한 번의 폭발로 사실상 국가 시스템이 동시에 마비된다.
방사능 낙진은 1차 폭발보다 느리지만 더 오래 독을 품고 움직인다.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분다고 가정하면, 폭발 지점을 기준으로 동쪽의 강동, 하남, 남양주, 더 나아가 강원 일부까지 낙진이 쓸고 지나간다. 당장은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며칠, 몇 달, 몇 년에 걸쳐 암과 각종 후유증으로 쓰러질 수 있다. 단 한 번의 결정이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주변 수백만 명의 삶을 통째로 비틀어 놓는 구조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실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최악의 그림이다. 하지만 핵분열이 발견되고, 맨해튼 프로젝트가 움직이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사라진 뒤 인류가 얻게 된 건 “상상해 보기 싫지만, 반드시 상상해야만 하는” 계산식이다. 서울 핵 시뮬레이션이 불편한 이유는 단순 공포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도시가 이런 무기 앞에서는 너무 취약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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