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장례식날 삼성가 여성들이 흰색 상복을 입고온 감동적인 이유
2020년 10월 28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장례식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부분 중 하나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삼성가 여성들이 착용한 흰색 상복이었다. 현대 장례식에서 검은색 상복이 보편화된 것과 달리, 전통적인 흰색 상복을 선택한 배경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현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상복과 완장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의례준칙’에 의해 정착된 문화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제는 조선의 장례 문화를 간소화한다는 명목으로 전통적인 흰색 삼베 상복 대신 검은색 상복과 완장 착용을 권장했으며, 이는 일제의 잔재로 남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전통 상복은 흰색이었다. 민속·전통 복식 전문가들은 조선 시대 상복이 주로 삼베옷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는 물들이지 않은 흰색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흰색 상복은 상주로서 예를 갖추고 슬픔과 속죄의 마음을 표현하는 동시에, 고인의 저승길을 밝히고자 하는 주술적인 믿음이 담긴 의미를 지닌다.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씨는 홍라희 여사가 2013년 친정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흰색 상복을 입었을 정도로 전통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밝혔다. 이번 이건희 회장의 장례식에서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가고자 흰색 상복을 선택했으며, 이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자리인 만큼 상복 문화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민속·전통 복식 전문가들은 이건희 회장이 오랜 기간 병상에 있었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장례 의복을 미리 준비했을 것이며, 우리 전통문화를 중시하는 삼성가의 성향을 고려할 때 흰색 상복 선택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분석한다.
문화재 전문가는 삼성가의 흰색 상복 착용을 재벌가에서 문화 재단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을 기울여 온 활동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과거부터 삼성, 현대 등 재벌가에서는 가족 행사 시 전통 한복을 갖춰 입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왔으며, 이는 단순히 의복을 넘어 우리 문화의 품격과 가치를 알리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흰색 상복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선택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일제의 잔재로 여겨지는 검은색 상복 문화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삼성가의 흰색 상복 착용은 우리 전통 장례 복식의 의미를 되새기고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장례는 원불교식으로 치러졌으며, 홍라희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49재까지도 흰색 상복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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