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달러짜리 아무것도 없는 앱, 아이 엠 리치는 왜 팔렸나

앱스토어가 막 문을 열었던 2008년, 세상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앱 하나가 등장했다. 대부분의 앱이 1달러도 채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가격표에 적힌 숫자는 999.99달러였다.
앱 이름은 아이 엠 리치였다. 기능은 없었다. 실행하면 빨간 보석 이미지 하나가 화면을 채웠다. 그게 전부였다.
개발자의 의도는 명확했다. 이 앱은 쓸모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목적이었다.
당시 스마트폰은 아직 신분의 상징에 가까웠다. 앱스토어는 새로운 소비 공간이었다. 아이 엠 리치는 그 공간의 허영을 정확히 찔렀다.
이 앱은 부자임을 증명하는 디지털 휘장이었다. “나는 이걸 살 수 있다”는 선언이었다. 실용성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비웃음이 쏟아졌다. 언론과 커뮤니티는 황당함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사기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출시 하루 만에 8명이 이 앱을 구매했다. 계산은 간단했다.
개발자는 단 하루 만에 약 1,000만 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앱스토어 역사상 가장 빠른 고가 매출 사례였다.
논란은 곧 폭발했다. 구매자 중 한 명이 실수로 결제했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애플은 움직였다. 출시 하루 만에 앱을 스토어에서 삭제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개발자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 앱이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예술 작품에 가깝다는 논리였다.
가치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능이 없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속임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아이 엠 리치는 상품의 정의를 흔들었다. 쓸모가 없어도 팔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았다. 정체성을 샀다. 부를 과시할 수 있는 순간을 구매했다.
이 사건은 앱스토어 초기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기술보다 인간 심리를 더 잘 보여준 사례였다.
아이 엠 리치는 오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질문은 남았다. 가격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쓸모인가, 욕망인가. 이 앱은 그 답을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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