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 달러 밀반출과 체포 현장

1973년, 천부교 교주 박태선의 장남 박동명은 31세의 나이에 외환관리법 위반과 상습 도박 혐의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그는 무려 26만 달러(현 가치 약 48억 원)를 해외로 빼돌리려다 적발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의 은밀한 삶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서울 이촌동의 고급 아파트 ‘렉스맨션’을 급습했고, 그 자리에는 막 데뷔한 21세의 신인 여배우가 있었다. 금권과 종교 권력을 등에 업은 교주 아들의 사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호화로운 생활과 연예계 스캔들

박동명의 생활은 그야말로 사치와 과시의 연속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단 한 대뿐인 1,600만 원짜리 아우디 스포츠카를 몰았고, 집안 가구는 모두 외제 명품으로 채웠다. 맞춤 양복 50벌, 수백 개의 넥타이와 고급 액세서리를 갖추며 자신의 재력을 뽐냈다. 그의 자택에서는 고급 핸드백과 보석 200여 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재력이 아닌 추문이었다. 검찰은 그가 관리하던 여성 명단을 확보했는데, 무려 10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중 상당수가 여배우였다. 김지미, 최정민, 양정화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며, 배우 양정화는 파문에 휘말린 끝에 결국 연예계를 은퇴했다. 영화인협회는 사건 연루 의혹이 있는 13명의 여배우를 공식 퇴출하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몰락과 파멸의 끝

당시 수사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동명은 원하는 여성을 지목하면 측근들이 직접 접촉해 고급 호텔이나 나이트클럽으로 불러냈다. 설득이 실패하면 강압적 수단까지 동원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차를 사주겠다”, “집을 마련해주겠다”는 약속으로 여성을 유혹했으나 관계가 끝난 뒤에는 연락조차 받지 않는 냉혹한 행태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1987년, 45세가 된 그는 다시 한 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경남 부곡의 한 호텔에서 술집 출신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벌이다 인질극을 벌이는 소동을 일으킨 것이다. 경찰이 출동해 사건은 종결됐지만, 이후 박동명은 사실상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결국 한국 사회에는 ‘연예계 80명 스캔들’과 ‘사이비 교주 아들의 몰락’이라는 기록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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