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배우 김경희의 이야기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배우 김경희의 이야기는 한 시대를 풍미한 기업가와 한 여배우의 비밀스러운 만남,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사랑과 애환을 담고 있어, 마치 드라마와 같은 인생 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정 회장 사후 김경희 씨가 현대가에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1953년생인 김경희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발레를 전공하려 했으나, 우연히 탤런트 시험에 합격하면서 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1973년, 김경희는 버스가 끊긴 밤거리에서 우연히 정주영 회장을 만나게 된다. 당시 김경희는 정 회장이 재벌 회장이라는 사실과 38살이나 많은 나이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1년여 동안 김경희에게 구애했고, 결국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정주영 회장은 김경희의 어머니를 만나 “따님을 맡겨주세요. 평생 밥은 굶기지 않겠습니다”라며 결혼 허락을 받았지만,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정식 결혼식 없이 정 회장은 김경희를 부모님의 묘소에 데려가 인사를 시켰고, 이후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되었다. 김경희는 TV를 통해 정 회장에게 부인과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경희는 정 회장의 뜻에 따라 연기 활동을 중단하고 유학길에 오른다. 미국에서 생활하던 중 1979년 첫째 딸, 1981년 둘째 딸을 낳았지만, 정 회장의 경제적 지원은 부족했고 김경희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정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김경희와 딸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지만, 함께하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1992년,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더욱 어긋나기 시작한다. 김경희는 딸들의 호적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 회장은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결국 김경희는 정 회장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를 만나지 못했다.
2001년 정주영 회장이 사망하자, 김경희는 두 딸과 함께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두 딸이 정 회장의 친자임을 인정했다. 이를 통해 김경희는 약 56억 원의 상속분을 받았고, 이후 현대 측과의 합의를 통해 40억 원을 추가로 받게 된다.
그러나 100억 원에 달하는 거액도 김경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사기로 재산을 탕진하고 거액의 빚을 지게 된 것이다.

김경희는 과거 인터뷰에서 “돈보다 똑바로 살고 싶었다”며 “만약 끝까지 소송을 했다면 40억원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가족이란 말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가족은 없었다. 철저히 무시당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정주영 회장이 남긴 유산은 김경희와 두 딸에게 상처와 아픔으로 남았지만,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들에게 속지 않을 것이다. 되든 안 되든 끝까지 소송을 해볼 생각이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정주영 회장과 김경희의 이야기는 재벌가의 숨겨진 사랑, 그로 인한 갈등과 상처를 보여주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를 남겨두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