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무를 세 번 낸다 — 상부 지침의 기괴한 현실

대한민국 군필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짬밥이라는 용어는 음식과 사료의 중간 지점 어디쯤 있는 생명 연장용이라는 자조섞인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조차 북한 병사들의 눈에는 호사다. 왜냐하면 그들의 식단은 1년 365일 똑같기 때문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강냉이밥’. 쌀 한 톨 들어가지 않은 옥수수밥이 주식이다. 옥수수를 잘게 빻아 쌀처럼 만든다지만, 씹으면 모래처럼 부서지고 삼킬 때마다 목이 멘다. 여기에 나오는 반찬은 단 세 가지. 정사각형 염장무, 반달 모양 염장무, 직사각형 염장무. 이름은 달라도 결국 같은 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부에서 “병사에게 세 가지 이상의 반찬을 제공하라”는 지침이 내려오자, 부대에서는 같은 무를 모양만 바꿔 세 번 낸다. 정사각, 반달, 직사각. 규정을 지키되,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무조차 군인들이 직접 농사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부대마다 밭을 일궈 무를 재배하지만, 흉년이 들면 이마저도 사라진다. 봄이 되면 저장된 무가 바닥나고, 그때부터는 ‘야생 반찬’이 시작된다. 냉이나 두릅은 간부의 몫이고, 일반 병사는 풀을 뜯는다. 토끼풀을 데쳐 소금만 뿌려 먹는 게 전부다. 국물은 대부분 소금물 한 국자. 밥상이라기보다 ‘연명용 구성’에 가깝다.

북한은 2020년 이후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도 군량미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선전하지만,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하급 병사들의 식단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 특히 지방 부대의 경우 겨울철엔 탄수화물 비율이 90%에 달하고, 단백질은 거의 0에 가깝다. 고기 반찬은 1년에 단 한 번, 김일성 생일에만 나온다는 증언도 있다.
이건 단순한 ‘가난한 군대 이야기’가 아니다. 체력은 국력이고, 밥은 군의 생명이다. 그러나 북한 군대는 굶주림 속에서 복종을 배우고, 허기진 위로 명령을 삼킨다. 무 세 조각으로 버티는 병사들. 그들이 씹는 건 강냉이가 아니라, 체제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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