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인간보다 무섭다” 한국의 강이 외래종을 처리한 방식

한때 한국 강과 저수지를 점령하던 미국산 괴생물 ‘큰빛이끼벌레’. 젤리 같은 덩어리로 뭉쳐 자라는 이 외래종은 2000년대 초반 처음 발견된 뒤, 4대강 정비사업 이후 전국으로 퍼졌다. 당시 강마다 시커먼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고, 주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사람들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외계 생물”이라며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동부나 유럽에서도 취수 시설이 막히고, 물이 썩는 피해가 보고된 탓에 공포는 더 커졌다. 급기야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장비를 동원해 이 괴생물을 퍼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그렇게 난리던 이끼벌레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춘 것이다. 지금은 강 어디에서도 그 괴생물을 보기 어렵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밀은 ‘한국 자연의 무자비한 생존 교실’에 있었다. 큰빛이끼벌레는 유속이 느리고, 온화한 물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북미형 생물이다. 하지만 한국의 강은 장마철만 되면 성난 괴물로 바뀐다. 폭우가 몰아치면 거대한 덩어리들은 그대로 쓸려나가 버리고, 운 좋게 남은 일부 개체도 겨울을 넘기지 못한다. 한반도의 겨울은 그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훌쩍 넘어서는 혹독한 냉기 속에 있다.

결국 이 외래종은 한국의 사계절 앞에서 완패했다. 여름 한철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손님’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생태계 파괴자라 불리던 괴생물이 자연의 순리 앞에서 무너진 셈이다. 인간의 손이 닿기 전, 이미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잡고 있었다.
이 사실은, 인위적인 통제보다 자연의 순환이 더 강력한 ‘자정 시스템’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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