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조인성 만나게 해줄게요” 배구 소년의 꿈

“점프를 안 해도 블로킹이 돼요.” 초등학생 배구대회에 등장한 ‘205cm’의 용지훈 선수. 이름보다 먼저 알려진 건 키였다. 6학년, 키 2m 5cm, 몸무게 75kg. 발 사이즈는 310mm. 초등학생 선수 중 유례없는 신장이다. 초등대회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상대팀의 눈이 커졌다. “저 학생 초등학생 맞아요?” 경기장마다 이런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아직 배구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경기력보다 눈에 띄는 건 가능성이었다. 코치는 “운동신경이 좋고, 파워도 뛰어나다. 기본기는 이제 배우는 중이지만 성장 속도가 놀랍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중에도 그는 점프를 거의 하지 않고 블로킹을 성공시켰다. 리시브와 토스가 조금 흔들려도 공이 네트를 넘어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막혔다. 상대팀 공격수가 허공에 뜨자, 소년은 고개만 들어 손을 올렸다. 그 한 동작에 관중석이 터졌다.

하지만 큰 키는 축복이자 부담이었다. 길거리에서도 “중학생 아니냐”, “거인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린 마음엔 상처가 됐고, 어머니는 “아이에게 그런 시선이 부담이 될까 걱정돼서 학생증을 들고 다니게 했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훨씬 큰 체격 때문에 놀림도 받았지만, 그는 이제 운동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처음에는 그냥 키 크다는 게 싫었어요. 그런데 배구를 하니까 다르게 봐주더라고요.”
소년의 목표는 단순하다. “열심히 해서 좋은 배구선수가 되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수줍게 웃던 그는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엄마가 좋아하는 배우 조인성을 꼭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유명해지면 엄마를 꼭 만나게 해드릴 거예요.”

현재 그는 하루 두 번씩 훈련을 이어가며 기초를 다지고 있다. 빠른 성장으로 무릎이나 허리 부상 위험도 있지만, 코치는 “지금은 기술보다 몸의 밸런스와 체력 관리를 배우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초등생 신체로 이미 성인 네트 높이를 넘나드는 이 소년에게 ‘국가대표’라는 말은 꿈이 아니라 목표에 가깝다.

그는 인터뷰 끝에 “김연경 선수처럼 멋진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코치와 어머니가 동시에 웃었다.대한민국 배구계의 미래는 이미 체육관 한쪽에서 자라고 있다. 아직은 초등학생, 하지만 이미 네트를 넘어서는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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