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입니까?” 이재명 대통령의 의도된 질문

이재명 대통령이 APEC 정상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준 한 장면이 외교가 전체를 뒤흔들었다. 단 한 문장, “어느 나라 매체죠?” 이 짧은 질문이 전 세계 외교 무대에서 어떤 의미로 작동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질문자가 러시아 기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러시아’를 콕 집어 언급했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금 전쟁 중이다.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고립된 상태에서 이번 APEC에 참석할 이유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한국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차관급 인사를 직접 파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러시아 기자의 질문에 앞서 “어느 나라입니까”라고 물음으로써, 전 세계 카메라 앞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대화 가능한 외교 채널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건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계산된 외교 연출이었다.

러시아 기자는 “경주 선언 채택 과정에서 갈등은 없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답은 단호했다. “새벽 7시 반까지 논의했지만, 작은 이견은 대화로 풀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짧은 대답 안에 메시지가 숨어 있었다. 바로 전쟁 중인 러시아 기자 앞에서 “갈등 대신 대화로 풀었다”는 말을 던진 것이다. 사실상 한국이 ‘평화 중심 외교’를 선도하고 있다는 선언이었다. 그 한마디로 한국은 중재자이자 협력국이라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고립됐지만, 에너지 협력과 북극 항로, 자동차 산업 등에서 한국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 연결점을 미리 계산했다. 전쟁이 끝난 뒤 러시아가 다시 시장에 복귀할 때, 한국이 경제·산업 협력의 전선을 주도할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즉, “러시아 기자”라는 한 사람을 향한 질문이 사실은 ‘전후 국제 질서’를 내다본 포석이었다.

외교는 말보다 시선이 먼저 움직인다. 이재명은 질문을 던졌고, 그 한 마디로 외교의 주도권을 끌어왔다. 전쟁 중인 나라를 굳이 지목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메시지였다. 한국은 대화로 문제를 푸는 나라이며, 전쟁의 한가운데서도 외교의 자리를 비워두지 않는 나라. 그 의도된 장면은 곧 이재명 대통령이 그리는 ‘큰 그림’의 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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