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 0km 중고차의 정체… 중국이 숨기던 지옥이 열렸다

한동안 중국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이상한 침묵이 이어졌지만 최근 그 막이 거칠게 찢어지고 있다. 외부의 관세 장벽이 불을 지르기도 전에 이미 내부에서부터 곪아 터진 중국 전기차 산업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때 ‘테슬라 킬러’라며 세계 1위를 호령하던 BYD가 추락했다는 사실은 그 거대한 균열의 서막에 불과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라는 사실상의 출입금지 조치를 때려버렸고, 유럽 역시 보조금 덤핑을 문제 삼으며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 세계 두 개의 핵심 시장이 동시에 닫히자 중국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내수만 바라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문제는 내부가 이미 처참하다는 점이다.

BYD의 3분기 순이익은 33%나 급락했고 판매량도 5년 만에 처음 꺾였다. 겉으로는 탄탄해 보였던 기업이 사실은 ‘디렌’이라 불리는 자체 전자어음에 의존해 협력사를 버티게 만든 구조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은행 보증도 없이 8개월, 9개월, 길게는 1년 뒤에야 돈을 준다는 약속어음. 그렇게 쌓인 미지급액 규모가 무려 76조 원이다. 사실상 미래 매출을 당겨 쓰며 생존을 연장한 셈이고, 이 거대한 돌려막기 한 번만 무너져도 수천 협력사들이 연쇄 붕괴하는 구조다.
더 잔혹한 현실은 공급 과잉이다. 중국의 연간 생산능력은 5,500만 대지만 실제 판매는 절반 수준. 재고는 350만 대나 쌓여 있다. 그러자 업계는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치킨게임으로 뛰어들었다. BYD는 최대 34% 할인, 지리는 18%, 체리는 47%라는 비상식적 폭탄세일을 쏟아냈다. 그 결과 수십 개 전기차 업체가 줄줄이 무너지고 있으며 살아남은 기업은 130개 중 겨우 네 곳뿐이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통계 뻥튀기가 더해지며 ‘0km 중고차’라는 기괴한 현상까지 나타났다. 판매 실적을 위해 딜러가 자기 차를 사는 척 서류만 꾸며놓고 그대로 중고차 시장에 흘리는 방식이다. 신차가 4천만 원대인데 2천만 원대에 0km 중고차로 다시 나오는 비정상적인 시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모든 혼란을 한 방에 폭발시킨 건 안전 문제다. 샤오미 SU7이 도로 테스트에서 가드를 들이받고, 연석만 밟아도 바퀴가 찌그러지는 영상들이 퍼지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망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충돌 2초 전에야 경고를 내보낸 주행보조 시스템 결함, 사고 직후 전원이 끊기며 히든 도어핸들이 잠겨 운전자를 가둬 버린 참혹한 장면까지 공개됐다. 구조대조차 문을 열지 못해 전동톱으로 차체를 잘라내야 했다. 전기차 품질과 안전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붕괴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0km 중고차 조사, 보조금 구조 개편, 전략산업 제외 등 뒤늦은 칼질에 나섰지만 이미 불붙은 도미노 파산을 멈추기엔 역부족이다. 거대한 시장은 이제 3~5년간 대멸종의 시간을 향해 돌진하고 있으며, 이 생존 게임 끝에 무엇이 남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단 하나 확실한 건 이미 줄도산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는 냉혹한 사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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