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딸의 마음을 빼앗는 남자에게 거액의 상금을 주겠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2년 전 세계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홍콩 부동산 재벌 세실 차오(Cecil Chao) 회장의 실제 선언이다. 자신의 딸 기기 차오(Gigi Chao)의 마음을 훔쳐 결혼에 성공하는 남성에게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주겠다는 이 파격적인 제안은 당시 국제 사회에 큰 충격과 화제를 모았다.
사건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실 회장은 딸의 남편이 될 사위에게 상금으로 5억 홍콩달러(당시 약 800억 원)를 내걸었다. 억만장자의 사위라는 지위와 거액의 현금을 동시에 거머쥘 기회에 전 세계에서 2만 명 이상의 남성이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기기 차오는 단 한 명에게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재벌 회장이 이토록 무리한 도박을 벌인 데에는 남모를 속사정이 있었다. 딸 기기 차오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아버지가 돈을 이용해 딸의 정체성을 바꾸려 시도한 것이다.
실제로 기기는 당시 이미 7년 넘게 사귄 여성 파트너와 프랑스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린 상태였다. 2년의 기다림에도 소득이 없자 조급해진 세실 회장은 2014년, 상금을 두 배인 10억 홍콩달러(약 1,600억 원)로 전격 인상하며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기 차오는 현지 언론에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내 정체성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공개 서한을 보내며 자신의 삶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세실 회장도 “딸이 행복하고 사업을 잘 물려받길 바랄 뿐”이라며 한발 물러서야 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이들 부녀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맞이했다. 완강했던 세실 회장은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 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기 차오는 오랜 파트너와 결별한 후 새로운 동반자를 만났고, 놀랍게도 세실 회장은 과거의 고집을 꺾고 딸의 새로운 파트너를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했다. 현재는 가족 행사에 함께 동행할 정도로 부녀 관계가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기 차오 역시 단순한 ‘상속녀’를 넘어 당당한 기업가이자 사회 활동가로 우뚝 섰다. 그녀는 현재 아버지의 부동산 제국인 ‘초크 낭 홀딩스(Cheuk Nang Holdings)’의 부회장직을 맡아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동시에 홍콩 내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하여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소수자(LGBTQ) 활동가 중 한 명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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