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을 믿고 ‘의지’를 포기한 나라, 대만의 안보 딜레마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선 대만의 여론은 묘하게 갈라져 있다.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0%를 넘지만, 전쟁이 나면 미국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는 절반을 웃돈다. 동맹을 가치 공동체가 아닌 보안 서비스로 인식하는 시선이 드러난다.
이 모순은 대만 안보 전략의 출발점이다. 대만 사회는 오랫동안 외부 보험에 기대왔다. 스스로의 방어 의지보다 누군가가 와서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앞섰다.
첫 번째 보험은 반도체였다. TSMC가 만든 이른바 ‘실리콘 방패’다.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쥔 대만은 그 중요성 자체가 안보라고 믿었다.
하지만 미국의 시선은 바뀌었다. 대만 집중 의존은 방패가 아니라 전략적 부채가 됐다.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TSMC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기며 디리스킹을 본격화했다.

대만이 없어도 미국 산업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실리콘 방패는 서서히 무력화되고 있다. 대만의 경제적 가치만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두 번째 보험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었다. 그러나 미국에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스스로 싸울 의지가 없던 남베트남을 지키다 패배한 경험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며 미국 사회에는 전쟁 피로감이 깊게 쌓였다. 이제 미국은 묻는다. 당신들은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겉으로는 대만 방어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시험대에 올려두고 항전 의지를 관찰한다. 미국의 신뢰는 자동이 아니라 조건부다.
대만 내부를 보면 그 불안은 숫자로 드러난다. 다수는 중국이 침공하면 싸우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만이 단독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비율은 40%에 못 미친다.

문제는 개인의 용기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군대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다. 징병 기간을 늘렸지만 훈련은 여전히 실전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CSIS는 값비싼 무기를 줘도 제대로 활용할 구조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밑 빠진 독에 무기를 붓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미국이 더 우려하는 것은 정치다. 집권 민주진보당과 야당 국민당 사이의 노선 차이는 크다. 일부 인사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프레임에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 순간 미국은 계산한다. 수십억 달러의 무기 지원이 정권 교체 한 번에 무의미해질 수 있다면, 개입의 명분은 약해진다.
우크라이나는 달랐다. 전쟁 전부터 스스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증명했다. 그래서 지원이 뒤따랐다.
대만은 여전히 경제적 중요성을 앞세운다. 항전 의지를 체계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 차이가 미국의 태도를 갈라놓는다.
이 분석을 전한 방송인 타일러는 이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반도체와 동맹이라는 보험만 믿는 순간, 질문은 한국을 향할 수 있다.
동맹은 의지를 대체하지 않는다. 미국은 믿음을 주기 전에 증명을 요구한다. 대만의 딜레마는 그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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