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한 번 나와보고 싶었다는 소녀의 근황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일요일 오전, 고미술품 감정 프로그램인 KBS1 ‘TV쇼 진품명품’ 스튜디오에 모두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은 한 출연자가 등장했다. 8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품은 고려청자 연봉을 가보로 들고 나온 이 출연자는 전문가는 물론 시청자들의 눈귀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앳된 교복 차림에 단아한 분위기,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짓는 맑은 미소는 방송 직후 각종 커뮤니티를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다.
단지 “TV에 한 번 나와보고 싶었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스튜디오를 찾았던 이 여고생은, 그날의 우연한 출연을 계기로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는 드라마틱한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지난 2013년 당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재학 중이던 배우 최리는 집안의 가보를 들고 방송에 출연했다. 그녀는 해당 유물을 물을 담는 ‘연적’으로 알고 소개했으나, 감정 결과 지붕 기와의 못 머리를 장식하는 ‘청자 상감 연봉’으로 판명되었다. 고려 시대 13세기에 제작되어 약 8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유물은 최종 1,000만 원의 감정가를 기록했다.
비록 색감이 다소 아쉽고 파손 부위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으나, 상감 기법이 들어간 연봉으로는 매우 희귀하다는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방송 직후 정작 대중의 이목이 쏠린 곳은 유물의 가격보다 청초한 최리의 비주얼이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즉각 ‘진품명품 소녀’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 우연한 방송 출연은 평범한 무용 전공생이었던 그녀가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되는 결정적인 도약대가 되었다.
최리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었다. 방송에 포착된 최리의 눈빛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깊은 슬픔과 순수함을 동시에 발견한 조 감독은 그녀에게 끈질긴 러브콜을 보냈다.

처음에는 연기 경험이 전무해 제안을 고사했으나, 영화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취지에 공감한 최리는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 2016년 데뷔작 ‘귀향’에서 그녀는 죽은 영혼들을 달래는 무녀 ‘은경’ 역을 맡아 전공인 한국무용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이후 최리는 영리하게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 나갔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주인공 지은탁을 괴롭히는 얄미운 사촌 언니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으며,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과 드라마 ‘산후조리원’ 등을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 소화력을 증명했다.

특히 2022년 드라마 ‘붉은 단심에서는 사랑을 갈구하는 권력가의 딸 조연희 역으로 분해 복합적인 감정선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주연급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아티스트컴퍼니와의 계약 종료 후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최리는 배우 고민시, 김서형 등이 소속된 미스틱스토리에 새 둥지를 틀고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곳으로 이적한 만큼, 그녀가 보여줄 차기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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