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화 시대의 한반도 지정학, 위기인가 기회인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가 저물고, 누구도 압도적인 통제권을 갖지 못하는 ‘무극화(Non-polarity)’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와 미래 전략을 진단하기 위해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가 나섰다.
조 박사는 최근 유튜브 채널 ‘머니인사이드’의 경제 및 국제 정세 전문 코너 ‘머니포커스’에 출연해, 현재의 글로벌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견해를 밝혔다.
냉전의 질서에서 무극화의 혼돈으로
조 박사는 과거 냉전 시기를 ‘조폭의 질서’에 비유하며, 당시에는 핵전쟁의 공포는 컸으나 진영 내부의 질서는 안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의 단극 체제를 거쳐 현재는 어느 열강도 지역 분쟁에 책임을 지지 않는 무극화 시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G7 국가들을 포함한 주요 강대국들이 저성장과 고령화, 막대한 정부 부채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고 전 세계 곳곳에서 안보와 경제 위기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반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의 화약고

조 박사는 한반도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열점 지대’임을 상기시켰다. 휴전 상태가 지속되면서 평화의 착시에 빠져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이 북한의 가공할 화력 사정권 안에 있는 현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미·중 전략 경쟁의 거점이 한반도와 일본을 잇는 ‘제1도련선’ 내부에 위치해 있어,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한반도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통일은 ‘대박’이 아닌 ‘생존’의 문제
조 박사는 통일을 단순히 ‘로또’와 같은 대박의 관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안 하면 우리가 죽는다”는 절박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갈등 비용과 젊은 세대의 기회비용, 그리고 국토의 비효율적 활용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질병’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유라시아 횡단철도(TSR) 연결을 통한 물류 허브 도약 ▲북한 지역 재개발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인구 절벽 문제 해소 ▲국방비 절감 및 모병제 전환 등 상상할 수 없는 편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이 통일 후 10년의 진통을 겪고 유럽 최강국으로 우뚝 선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게임은 끝났다… 자부심과 통합이 우선”

북한 김정은 정권이 최근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민족 개념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 조 박사는 이를 “남측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고립 작전이자 몰락의 징후”라고 분석했다. 체제 경쟁은 이미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났으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한류 등 외부 문화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내적 정당성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강력한 군사력,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갖춘 5천년 역사상 가장 강성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외부의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우리 내부의 극심한 분열을 치유하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 가능성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활용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야 하며, 결국 북한은 우리와 손을 잡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구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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