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삼성그룹 내에서 ‘모든 길은 MK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 비서, 박명경 상무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MK는 박 상무의 영문 이름 앞 글자를 딴 약칭으로, 당시 이 회장이 A, 이재용 부회장이 JY로 불렸던 점을 감안하면 그녀의 위상이 그룹 내 2인자였던 이학수 부회장에 버금갔음을 보여준다.

박 상무는 1985년 삼성에 입사해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 시작했다. 경희호텔 전문대 출신인 그녀는 2005년 인사에서 4년 만에 차장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략기획실 회장실 1팀 소속으로 의정과 경호를 담당했던 그녀는 이 회장의 해외 출장은 물론 가족 식사와 여행까지 동행할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다. 당시 100억 원대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며 완벽한 수행 비서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그녀의 존재는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참고인으로 소환되며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당시 특검은 박 상무가 과거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를 헐값에 인수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둔 경위를 조사했다. 평범한 과장급 직원이 감당하기 힘든 대규모 자산 거래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25년간 이어온 이 회장과의 인연은 2010년 돌연 경질로 끝을 맺었다. 일각에서는 박 상무가 이 회장의 동향을 비서실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이 회장이 크게 진노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는 소병해, 이학수 등 삼성의 역대 2인자들이 권력이 비대해지거나 신뢰를 잃었을 때 예외 없이 숙청되었던 삼성 비서실의 역사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박명경 상무는 삼성의 여성 임원이 희귀하던 시절, 학벌과 성별의 벽을 넘어 회장의 ‘복심’으로 군림했으나, 결국 제왕적 총수 경영의 한계 속에서 권력의 정점과 몰락을 동시에 경험한 상징적 인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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