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골칫거리에서 김일성에게 숙청당한 의열단 단장 김원봉
일제강점기, 혁혁한 무장 투쟁으로 일본 제국주의를 떨게 했던 의열단의 단장 김원봉. 그의 이름 앞에는 늘 ‘파격’과 ‘논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는 단순한 독립운동가를 넘어, 격동의 시대 속에서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다.
김원봉은 1898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민족의식을 키웠다. 밀양공립보통학교 재학 중 일장기를 변소에 버린 사건으로 퇴학당한 일화는 그의 강렬한 저항 정신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투신, 1919년에는 무장투쟁을 목표로 하는 비밀결사 의열단을 조직했다.
의열단 활동과 무장 투쟁 노선
의열단은 조선총독부, 경찰서 등 일제의 통치기관을 파괴하고 요인 암살을 감행하며 일제에 공포를 안겼다. 김익상의 조선총독부 폭탄 투척, 김상옥의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등이 대표적인 의거 활동이다. 이러한 과감한 무력 투쟁은 침체되었던 독립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동시에 많은 희생을 낳았다.
김원봉은 개인의 영웅적 의거만으로는 독립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투쟁 노선을 전환한다. 1926년 중국 황푸군관학교에 입학하여 군사 지식을 습득하고, 1932년에는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설립하여 독립군 양성에 힘썼다. 1938년에는 조선의용대를 조직하여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하는 등 무장 독립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김원봉에 대한 일제의 두려움은 엄청난 현상금 액수에서 드러난다. 당시 일제는 김구 선생에게 60만 원의 현상금을 걸었지만, 김원봉에게는 100만 원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320억~34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액수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 내걸린 현상금(2,500만 달러, 약 540억 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 역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이는 단순한 액수를 넘어, 일제가 김원봉을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했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해방 후의 행보와 비극적 최후
광복 후, 김원봉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무부장 자격으로 귀국했으나, 냉전 이념 대립 속에서 좌우 양쪽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친일 경찰에게 체포되어 고문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는 남한에서의 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1948년 월북, 북한 정권에 참여하게 된다.
북한에서 김원봉은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 요직을 역임했지만, 김일성과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 1958년 숙청당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국민당 장개석의 간첩이자 종파주의자”라는 어처구니없는 죄목이었다.
김원봉은 해방 이후 월북했다는 이유로 남한에서 오랫동안 잊혀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영화 ‘암살’ 등을 통해 그의 삶이 재조명되면서 독립유공자 서훈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하여 서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 정권에 참여한 그의 행적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원봉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의 삶은 단순한 흑백논리로는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냉전적 사고를 넘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의 공과(功過)를 균형 있게 평가하고, 그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의 선택과 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다. 이는 과거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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