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말하는 ‘현대가의 조용한 힘’, 정지선 여사

최근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배우자 정지선 여사를 두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내조’라는 표현이 자주 회자된다. 공적인 자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임에도,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정의선 회장의 곁을 지켜왔는지에 대한 뒷이야기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결혼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유부터가 그렇다. 정의선 회장은 25세이던 1995년, 유학을 앞두고도 결혼을 미루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경영대학원 MBA 과정 입학이 이미 확정된 상태였음에도 혼인을 서둘렀다는 점에서 신뢰의 무게가 남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원래 집안끼리 왕래가 있는 사이였고,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알고 지냈다. 정의선 회장이 정지선 여사의 사촌오빠와 중고교 동창이었던 것도 가까워질 계기가 됐다. 문제는 집안 내부였다.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같은 성씨’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이 “본이 다르면 문제 없다”며 손자의 결혼을 밀어붙였다는 일화는 지금도 재계에서 종종 회자된다. 인사를 온 예비 손주며느리를 본 뒤 즉석에서 약혼 날짜를 전화로 잡아버렸다는 이야기까지 남아 있다.

정의선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 약 3년을 종로구 청운동 정주영 회장 자택에서 보내며 새벽 5시 30분 기상 시간에 맞춘 식사와 일과를 함께했다. 그 시기의 배움이 경영 감각의 기초가 됐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그런 손자가 선택한 배우자가 서울대 음악대 출신의 정지선 여사다. 결혼 직후 남편의 미국 유학길을 동행하며 본격적인 내조가 시작됐고, 당시 그녀의 나이는 23세였다. 현대가의 다른 자녀들이 비교적 늦은 혼인을 택했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결정이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오히려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정지선 여사를 둘러싼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철저한 비노출’이다. 공식 행사 동행도 드물고, 언론에 포착된 사례 역시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이 조용한 태도가 오히려 그룹 내부에서 신뢰를 강화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불필요한 주목을 피하고 가정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면서, 정의선 회장이 그룹의 방향성과 혁신 전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온 구조다. 외부 활동이 화려하진 않지만, 오랜 시간 이어진 안정감이 현대가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 미래 모빌리티 투자 등 대규모 의사결정이 이어지는 시기에 배우자의 안정적인 지원은 회장 개인에게 심리적 지지대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여러 재벌가에서 불거지는 크고 작은 논란, 가족 간 갈등, 내부 구설이 반복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정의선 회장 부부의 모습은 보기 드물게 조용하고 일관적이다. 관련 관계자들은 정지선 여사가 철저히 사생활 중심으로 움직이며 불필요한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는 성향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정지선 여사의 내조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 단단하게 보인다. 불필요한 말 없이, 과시 없이, 꾸준히 가정을 지탱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공식 석상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지만, 조용한 뒷받침이 있었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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