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운 제재가 촉발한 북·동남아 네트워크 실체

2019년 캄보디아에서 위장 무역회사가 국제조사 대상에 오르며 북한의 은폐된 자금망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기업 말소 조치가 내려진 직후 실체가 드러난 이름은 김세운이었다. 조사 직전 베트남으로 이동한 그는 소백수 무역회사 대표로 등록됐고, 그 시점을 기점으로 북한 IT 인력들이 베트남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한 스캠 조직으로 변신하며 해외 기업의 원격 시스템 속으로 파고들었다. 미국은 2025년 김세운과 관련 기업들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이 활동이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결론냈다.
북한 인력들은 도난 문서를 기반으로 신분을 속이고 암호화폐로 수익을 세탁했다. 미국 법무부는 300여 개 기업에 침투한 북한 IT 조직을 도운 조력자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국제사회는 이 흐름 뒤에 있는 기관이 군수공업부라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군수공업부는 무기 개발을 총괄하던 부서였으나 2019년 이후 IT 인력 통제까지 흡수하며 권한을 비정상적으로 확대했다. 그 중심에는 김정은의 최측근 조춘룡이 자리하고 있었다.
북한 권력 구조는 이 지점에서 과거와 달라진다. 김정일 시기 군이 절대 권력을 쥐었던 배경에는 국방위원회가 해외 무기 판매와 외화벌이 흐름을 장악한 구조가 있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집권 직후 군 내부의 거대한 자원 통제력이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방위원회 간부들이 가진 사업권과 자금 통제권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후계자의 통치 기반은 지속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은 당 중심 체제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총참모장 리영호, 장성택 등 핵심 군 인사들을 제거하며 국방위원회의 힘을 급속히 약화시켰다. 이후 군수공업부에 무기 판매 권한과 자금 라인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군 권력을 대체했다. 동시에 39호실·38호실 등 최고지도부의 자금조직을 김여정 아래로 재편해 자금 흐름을 한 축으로 통합하며 충성 구조를 다시 설계했다.
문제는 이 재편된 구조가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괴물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군수공업부는 과거 기술 부서에 불과했으나 2019년 전후로 IT 인력 관리권까지 장악했고, 유엔 보고서는 매년 그 권한이 확장되고 있다고 기록한다. 기존 정찰총국·컴퓨터센터가 맡던 해외 IT 파견 관리가 군수공업부로 이동하면서 무기·사이버·외화벌이 라인이 하나의 중심점에 모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김세운 체포에 300만 달러 포상금을 걸며 경계하는 이유도 바로 이 구조가 김정은 권력의 핵심 축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제재는 베트남 스캠 조직 적발이라는 단일 사건이 아니라 김정은이 집권 이후 군 권력을 해체하고 당 중심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비대해진 군수공업부의 실체를 드러낸 셈이다. 김정은 체제의 권력 지도는 군이 아닌 군수공업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해외 불법 IT 활동까지 포함한 모든 자금 흐름이 이 부서의 우산 아래 모이면서 북한 권력의 진짜 구조가 국제사회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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