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확률 0%에 가까운 생명체,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던진 질문

과학계가 술렁였다. 구글이 설립한 노화 연구 기업 칼리코 랩이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한 한 논문 때문이다. 인간으로 치면 800세 이상을 사는 것과 다름없는 포유류의 생존 비밀이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해부됐다.
주인공은 벌거숭이두더지쥐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나이가 들수록 사망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이른바 곰퍼츠 법칙이다. 일반 쥐의 수명이 2~3년에 불과한 이유다.
하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이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평균 수명은 30년 이상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생후 약 6개월, 성적으로 성숙한 이후부터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사망 확률이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젊을 때나 늙었을 때나 죽을 확률이 비슷하다. 노화가 축적되지 않는 구조다. 현실 세계에서 관측된 유일한 ‘불로불사에 가까운’ 포유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연구진은 그 비밀을 DNA 관리 시스템에서 찾았다. 노화의 핵심 원인은 DNA 손상과 돌연변이다. 일반 포유류에서는 DNA가 손상되면 CGAS라는 단백질이 이를 감지해 경보를 울리고 세포 활동을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염증이 쌓이고 조직은 점점 기능을 잃는다. 노화다. 하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의 CGAS는 다르게 작동한다. 경보를 울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 단백질은 손상된 DNA를 즉각 수리하는 시스템을 호출한다. 세포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업그레이드된다. 보안 요원이 숙련된 정비공으로 진화한 셈이다.
연구팀은 이 차이를 실험으로 확인했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특수한 CGAS 단백질을 노쇠한 일반 쥐에게 주입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털이 다시 짙어졌고 활동성이 회복됐다. 단순히 수명이 늘어난 수준이 아니라, 생물학적 나이가 되돌아간 듯한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회춘 효과’로 표현했다.

이 실험은 노화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단 몇 개의 단백질 조작만으로도 노화 유전자를 보호 유전자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왜 이런 진화가 하필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만 일어났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다. 연구진은 산소가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극심한 지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DNA 손상을 극도로 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제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이 메커니즘을 인간에게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가. 과학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노화는 더 이상 신의 영역만은 아니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인간에게 처음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늙음은 설계 변경의 대상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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