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대 1’ 신화 뒤에 숨겨진 ’32만원’의 진심

배우 김영민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가 뒤늦게 재조명되며 대중에게 깊은 감동을 안기고 있다. 2001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불명’ 오디션에서 무려 1,000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뚫고 화려하게 데뷔한 그였지만, 정작 현실의 삶은 무명 배우의 고단함 그 자체였다.

김영민은 데뷔 당시 충무로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이후 대중의 기억에서 점차 멀어지며 긴 무명 시절을 견뎌야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연극 무대를 찾은 한 관객에게 첫눈에 반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상대는 현재의 아내로, 김영민은 용기 있는 고백 끝에 5년간의 열애를 이어갔다.

결혼을 결심한 2008년 당시, 김영민의 통장 잔고는 단돈 32만 원이 전부였다. 평범한 직장인의 며칠 치 생활비에 불과한 금액이었으나 그에게는 전 재산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으로 전액을 인출해 작은 반지를 샀고, 진심을 담아 청혼했다.

아내의 선택은 세속적인 조건보다 사람의 가치에 있었다. 아내는 보잘것없는 무명 배우의 초라한 프로포즈를 흔쾌히 수락했다. 결혼 이후에도 김영민의 무명 생활은 10년이나 더 지속되었으며, 아내는 불평 한마디 없이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며 남편이 연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긴 기다림 끝에 김영민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를 통해 마침내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성공한 지금도 그는 모든 출연료를 아내에게 맡기고 월 60만 원의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는 등 지극한 아내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아내 역시 남편이 무명 시절 선물했던 그 소박한 반지를 여전히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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