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군번도 없었다, 사선을 넘나든 북파공작의 전설

1962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국립 소년 직업 훈련소에 들어간 한 소년이 있었다. 기술을 배워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그에게 군 관계자들이 접근했다. 국가를 위해 일하면 제대 후 평생의 안락을 보장하겠다는 말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소년은 그렇게 북파공작원으로 불리던 HID의 길로 들어섰다. 이름도 군번도 없이 기록에서 지워진 채 오직 임무만 존재하는 세계였다. 그가 감내해야 할 삶의 무게를 당시엔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홍재권은 육군 정보대 제1지구대 소속으로 수십 년을 살았다. 그는 총 13차례 휴전선을 넘어 북측 깊숙이 침투했다. 매번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작전이었다.
1968년 무지개 작전에서 그는 청와대 습격 사건에 대한 보복 임무를 수행했다. 적 12사단 지역으로 침투해 핵심 시설을 타격했다. 같은 해 호랑이 작전에서는 다섯 명으로 적군 일곱 명을 제압했다.

1978년 번개 2호 작전에서도 그의 임무는 계속됐다. 북한군 간부 막사를 폭파하는 고위험 작전이었다. 실패하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소련 군사 고문단 등 핵심 인물 20명을 사살한 황소 1호 작전은 전설로 남았다. 북파공작원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던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 전공은 어디에도 공식적으로 남지 않았다.

그가 받은 보상은 충무무공훈장 하나였다. 훈련소 시절 약속받았던 삶은 실현되지 않았다. 보안이라는 이름 아래 그의 존재는 지워졌다.
결국 그는 일반 부사관으로 신분을 전환해 복무했다. 1998년 조용히 전역하며 긴 군 생활을 마쳤다. 화려한 전공과 달리 퇴장은 쓸쓸했다.

홍재권의 이야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북파 임무 중 전사하거나 실종된 인원은 확인된 수치만 7,726명이다. 이들 다수는 지금도 이름 없이 남아 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