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을 공격한 후손, 이광기의 난감한 하루

사극 한 편이 배우의 가문까지 흔들어 놓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광기는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후백제 견훤의 장남 신검 역을 맡아 촬영을 이어가던 중 대본을 보고 말 그대로 뒤로 넘어갈 뻔했다. 신검이 군사를 이끌고 신라의 벽진군을 공격하는 장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격 대상이 단순한 적장이 아니었다. 당시 벽진군을 지키는 장수가 바로 벽진 이씨의 시조로 알려진 이총언 장군이었다. 이광기는 벽진 이씨 33대손으로, 평소 종친회 청년부 활동에도 참여할 만큼 문중 일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종친들의 당부는 이미 시작돼 있었다. 시조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면 미리 알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그는 결국 사실을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종친들에게 털어놓았다. 시조 어른이 등장하시긴 하는데, 극 중에서 자신이 공격하는 역할이라는 점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말이 끝나자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종친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거셌다. 새까만 후손이 어떻게 감히 시조를 공격하느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연기라는 설명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광기는 진땀을 흘리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극 전개가 전환점이 됐다. 신검이 이총언 장군에게 처참하게 패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이다.
그는 이 설정을 기회로 삼았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히려 가문을 욕되게 하지 않는 길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시조 어른께 크게 패하며 가르침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치 섞인 해명에 분위기는 조금씩 풀렸다. 결국 종친들도 웃음을 되찾았고, 이광기는 가까스로 꾸지람을 마칠 수 있었다. 사극 한 장면이 남긴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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