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찍은 기업, 고려아연의 판이 바뀌었다

미중 패권 경쟁이 희토류로 번지면서 글로벌 자원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구체적인 투자로 이어졌고, 그 한가운데에 고려아연이 섰다. 미국 테네시주 재련소 건설은 단순한 해외 공장이 아니라 전략 자산 확보 프로젝트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은 과거 재련소가 있던 자리다. 이곳에 고려아연이 새 재련소를 짓는다. 미국 정부와 방산 기업들이 조인트벤처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했다. 투자 규모는 약 3조2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지분 투자로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무부와 국방부가 동시에 움직였다. 희토류 공급망을 국가 안보 문제로 규정했다는 의미다. 고려아연의 재련 기술이 전략 자산으로 격상된 순간이다.
미국은 희토류 매장량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를 가공할 재련 기술이 없다. 채굴보다 재련이 병목이다. 중국은 이 지점을 장악해왔다. 고려아연은 친환경 습식 재련 기술로 이 공백을 메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약 5100톤 규모의 희토류가 미국 내에서 생산된다. 국방 산업과 반도체 산업에 바로 투입된다. 중국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물량이다. 미국 입장에선 공급망을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고려아연이 얻는 것은 단순한 매출이 아니다. 기업 정체성이 바뀐다. 기존에는 안정적인 배당주, 금속 제조사로 인식됐다. 이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기업으로 분류된다. 시장의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미국 중심의 서방 시장도 동시에 열린다. 리쇼어링이 본격화되며 현지 수요가 늘고 있다. 아연과 희토류를 현지에서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빠르다. 고려아연은 미국 내부 공급자로 자리 잡는다.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도 이 투자는 결정적이다. 미국 정부는 유상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한다. 통상 미국 정부는 현 경영진의 안정적 운영을 선호한다. 우호 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컸다. 국가 안보 기술과 해외 투자의 충돌이었다. 고려아연은 구조로 풀었다. 투자용 법인과 실제 운영 법인을 분리했다. 운영 법인은 고려아연이 100% 통제한다.
자금 조달 구조도 치밀하다. 총 사업비는 약 11조 원 규모다. 고려아연이 직접 부담하는 자금은 약 1조 원에 그친다. 나머지는 미국 정부 투자와 현지 금융기관 차입으로 충당한다. 재무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반발했다. 경영권 분쟁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가처분 소송이 제기됐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됐다.
미국 지분 10%는 판을 흔든다. 기존 지분 구조가 희석된다. 영풍·MBK 측의 우위가 무너질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이동했다. 투자 결정이 곧 방어 전략이 됐다.
이번 재련소 프로젝트는 공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제조 기술이 국제 정치 질서 안에서 어떤 가치를 갖는지 보여준다. 고려아연은 금속 기업을 넘어 글로벌 안보 공급망의 핵심 고리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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