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드러난 ‘신정동 연쇄살인’ 전말… 범인은 인근 건물 관리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사건 발생 20년 만에 밝혀졌다. 범인은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건물의 관리인이었던 장 모 씨로 드러났다.
쌀포대와 돗자리에 싸여 버려진 시신들
사건의 시작은 200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정동 주택가 쓰레기 적치장에서 쌀포대에 담긴 20대 여성 권 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얼굴이 검은 비닐봉지로 가려진 채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이어 6월 뒤인 12월, 첫 번째 유기 장소에서 약 2km 떨어진 주차장에서 40대 주부 이 씨가 또다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 씨 역시 돗자리와 비닐에 겹겹이 싸여 정교하게 매듭지어진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고 목격자나 CCTV 등 결정적인 단서가 없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20년 만의 반전, DNA가 가리킨 진범

영원히 미궁에 빠질 것 같던 사건은 2020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재감정을 통해 급물살을 탔다. 과거 기술로는 검출되지 않았던 미세한 DNA가 한 남성을 지목한 것이다. 추적 결과, 범인은 당시 인근 빌딩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하던 장 씨였다.
장 씨는 평소 성실한 관리인 행세를 하며 건물의 지하실을 자신만의 ‘범행 아지트’로 활용했다. 2006년 장 씨에게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유일한 생존자 은진(가명) 씨의 증언에 따르면, 장 씨는 휴일 인적이 드문 건물의 특성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지하로 유인했다. 은진 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하 공간은 폐업한 술집처럼 어두웠고, 그곳에서 장 씨가 본색을 드러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완벽한 놀이터’가 된 범행 현장

전문가들은 장 씨가 관리하던 건물 지하 2층의 폐업한 콜라텍 공간이 범행에 최적의 장소였다고 분석했다. 이곳은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어 시신을 세척하거나 포장하기 용이했으며,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구조였다. 실제 감식 결과, 해당 공간에서는 피해자들의 유류품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성분의 모래와 곰팡이, 그리고 시신 유기에 쓰인 것과 같은 종류의 노끈 조각들이 발견되어 범행 장소임을 뒷받침했다.
뒤늦게 밝혀진 진실, 그러나 처벌은 불가능

충격적인 사실은 장 씨가 이미 2015년에 사망했다는 점이다. 그는 2006년 은진 씨를 상대로 한 강간치상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진범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생존자 은진 씨는 “그 사람이 징역 3년 반밖에 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 역시 범인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는 사실과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현실에 허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년을 돌아온 진실은 밝혀졌으나, 가해자 없는 결말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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