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DJ의 딸”… 대한민국을 뒤흔든 ‘혼외자 스캔들’과 진승현 게이트의 진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 이면에 가려져 있던 ‘혼외자 의혹’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진승현 게이트’의 배후에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과 그 모녀의 입막음을 위한 국정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의혹의 중심에 선 여성 김 씨는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비참했던 성장 과정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김 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의 어머니는 1960년대 후반 김 전 대통령(당시 의원)을 만나 인연을 맺었고, 1970년 김 씨를 출산했다.
김 씨는 어린 시절부터 조부와 외삼촌, 조모의 호적을 전전하며 ‘혼외자’로서 불안정한 삶을 살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여섯 살 때부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동교동 사저에 가서 생활비를 받아왔다”며, 당시 이희호 여사로부터 “제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큰 상처를 입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 씨 모녀의 주장에서 주목할 점은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오랜 기간 이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왔다는 대목이다. 김 씨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인 정일형·이태형 부부를 비롯해 장남 김홍일 의원으로부터 생활비와 주거 마련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9년경에는 무기 로비스트로 알려진 조풍언 씨를 통해 아파트 구입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조 씨 부인 명의로 정기적인 생활비가 입금된 통장 내역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은 단순한 지인의 자녀로 보기에는 지원의 규모와 지속성이 이례적이라는 의구심을 낳았다
잠잠하던 이 사건은 2000년대 초반 ‘진승현 게이트’와 맞물리며 국가적 스캔들로 비화했다. 벤처 기업가 진승현 씨의 불법 대출 및 주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진 씨를 구명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들과 일부 관계자들은 “국정원이 김 씨 모녀의 입을 막기 위해 진승현의 자금을 사용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2000년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을 앞둔 매우 민감한 시기였으며, 혼외자 존재가 드러날 경우 대외적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것을 우려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 김 전 대통령의 강력한 정적들이 왜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당시 권력층 사이에서는 남성 정치인의 사생활 문제에 대해 서로 눈감아주는 묵시적 카르텔이 있었다”거나 “본인들도 여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씨의 어머니는 2000년 6월, 유서 없이 갑작스럽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2005년 한 방송 프로그램(SBS ‘그것이 알고 싶다’)을 통해 이 사연이 대중에게 공개되자 동교동 측은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한 명예훼손”이라며 강력히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목 뒤편에 남겨진 이 이야기는, 여전히 명확한 진실과 일방적 주장 사이의 경계에서 미완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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