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천재’ 꿈꾸던 미국인 막내딸

한진그룹 일가는 대한민국 재벌사에서 ‘갑질’과 ‘가족 간 분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온 기업으로 꼽힌다.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 사후 벌어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인 ‘1·3·2의 난’부터 3세 경영인들의 잇따른 구설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의 당사자인 조현민 한진 사장의 행보는 재벌가 오너리스크의 전형이자 여전히 세간의 주목을 받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1983년 조양호 전 회장의 셋째로 태어난 조현민 사장은 미국 하와이 출생의 미국 국적자다. ‘에밀리 리 조’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광고 기획자를 꿈꿨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뒤 LG 계열 광고 대행사인 HS애드에서 실무를 익혔다.

2007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 사장은 스스로를 ‘낙하산’이라 인정하면서도 광고 역량만큼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내가 사랑한 유럽’ 등 감각적인 광고 시리즈를 주도하며 시장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진에어의 상징인 청바지 유니폼을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경영 행보로 촉망받는 3세 경영인으로 주목받았다.
물컵 하나에 무너진 신뢰와 ‘답없는 삼남매’의 오명
탄탄대로를 걷던 그녀의 커리어는 2018년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광고대행사 직원과의 회의 도중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물컵을 던지고 폭언을 퍼부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한진 일가 전체의 갑질 폭로로 번졌다.

언니 조현아의 ‘땅콩 회항’, 어머니 이명희 여사의 폭행 동영상 등이 잇따라 재조명되며 이들 일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답이 없는 삼남매’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결국 조 사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비록 법적으로는 무혐의 및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도덕적 타격은 치명적이었다.
논란 딛고 일군 ‘매출 3조’… 실적

조 사장은 사퇴 1년 2개월 만인 2019년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다. 당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반발은 거셌으나, 복귀 후 조 사장은 보수적이었던 물류 기업 한진에 특유의 마케팅 감각을 입히며 반전을 꾀했다.
한진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3조 142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조 사장은 택배 차량 광고 등 지엽적인 신사업을 넘어, 미국·멕시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22개국 42개 거점으로 확장하는 공격적인 해외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물류 솔루션 도입 등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한진을 ‘종합 물류 기업’으로 재정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사장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책임 경영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현민 사장의 경영 복귀가 과거의 과오를 덮는 단순한 회귀를 넘어, 실질적인 실적 성장을 이끄는 ‘혁신 경영’으로 기록될지 재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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