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의 백지수표와 눈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노조위원장의 영정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은 이 이례적인 광경에 모두 얼어붙었다. 재벌 총수가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천적의 죽음 앞에 직접 나타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벌 총수와 노조 대표는 서로 대립하는 천적 관계로 인식된다. 특히 세상을 떠난 위원장은 김 회장을 극한까지 몰아붙였던 인물이었다. 그는 노조 내에서도 타협을 모르는 강성 투사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회사 임원들에게 전달됐다. 소식을 접한 일부 임원들은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하지만 소식을 들은 김승연 회장의 반응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김 회장은 소식을 듣자마자 지금 당장 출발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그는 당일 예정되어 있던 모든 공식 일정을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달려간 그는 상주처럼 빈소를 지키기 시작했다.
그는 무려 3일 동안이나 빈소에 머무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떠나기 직전 김 회장은 남겨진 유족들에게 백지수표를 건넸다. 그러면서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찾아오라는 말을 나직이 남겼다.

이러한 행동은 과거 고인과 나누었던 인간적인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김 회장은 아버님과의 약속이라며 유족들의 슬픔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총수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현장에 있던 노조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김 회장의 진심이 전달되자 노조의 태도는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노조는 향후 3년간의 임금 협상권을 전적으로 회사에 위임하기로 했다. 적대적이었던 노사 관계가 신뢰의 관계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최근에는 노조 역사상 유례없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노조 설립 63년 만에 처음으로 김 회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것이다. 투쟁의 상징이었던 노조가 경영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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