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11만개 증발해 버린 독일 경제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세계 최강 독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2023년 실질 GDP가 –0.3%를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도 –0.2% 수준의 역성장이 확정되며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구조적 붕괴라는 진단이 잇따른다. 제조업 중심 지역에서는 지난해에만 약 12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독일 산업의 심장부가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독일의 성공을 지탱해온 두 축, 즉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와 ‘거대한 중국 시장’이라는 공식이 동시에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끊기자 BASF 등 화학 대기업의 에너지 비용은 약 4조 원 이상 증가했고, 결국 루트비히스하펜 본사 공장 일부가 폐쇄되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독일의 ‘제조업 신화’가 에너지 의존 구조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여기에 중국 시장의 급격한 둔화가 직격탄이 됐다. 독일 자동차 판매는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고, 오랜 기간 1위를 지켜왔던 ‘폭스바겐’은 마침내 ‘BYD’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한때 독일차의 ‘황금 시장’이던 중국이 이제는 저가·고성능 전기차의 격전장이 되었고, 그 물결이 역으로 유럽 본토까지 밀려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독일 정부의 위기 대응을 가로막은 것은 자국 헌법이었다. 이른바 ‘부채 브레이크’ 조항 때문이다. 2023년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부의 600억 유로 규모 기후기금 전용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대규모 재정 투자가 가로막혔다. 그 결과 독일은 스스로 재정의 손발을 묶은 채 위기에 직면했다. 이 같은 경제적 절망감은 곧 극우 정당 AfD의 지지율 폭등으로 이어져,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
독일의 여러 어려운 사황은 한국에 던지는 섬뜩한 경고다. 독일보다 높은 제조업 비중, 치명적인 대중국 수출 의존도,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라는 세 가지 구조적 위험이 한국 경제에도 겹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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